찐 개발자의 퍼실리테이션 도전기 #1


회의 전 배경

Legacy Code를 Renewal 하기로 결정하여 관련 개발자들을 불러서 이 내용을 알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논의하는 첫 미팅이었다. 그 동안 나는 PoC로 Ruby on Rails, Nest.JS 두 가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팀장님과 같이 논의하여 일단 Ruby on Rails로 Renewal 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했다. 그 이유는 코드 작업량이 훨씬 적고, 비지니스 로직 구현하는 시간도 적게 들어서이다. Renewal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다른 업무 요청사항들은 계속 있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시간에 Renewal을 마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Node로 다시 한번 Renewal을 할 것이다. 왜냐면 채용문제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 Ruby로 잘 정리된 코드를 Node로 옮기는건 비교적 쉽다고 판단을 했다.

회의 시작

서버 개발자 3명과 팀장, 나 이렇게 5명이서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팀장님이 Renewal은 Ruby on Rails로 일단 진행을 하고, 추후 Node로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마자 개발자 3명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Node로 할꺼면서 왜 중간에 Ruby를 하려고 하느냐 부터 해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고, 거기에 대해서 팀장님은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래도 그들은 아직 불만이 있는듯 보였으며, 또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이 계속 반복되었다. 심지어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상황도 많이 보였다.

내가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팀장님이 한 설명에 대해서 이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 설명을 재대로 들을 맘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은 현재 본인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팀장과 내가 뭐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자기네들이 편한걸 선택한 것에 대한 변명이다 라고 느끼는 것 처럼 보였다. 그들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걸 아무리 설명해도 들을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이야기를 끊고, 조금은 큰 소리로 쌩뚱맞게 이야기를 꺼냈다.

Ruby 하기 싫죠 ? 그리고는 그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면서 잠시 뜸을 들였고, 왜 하기 싫으세요 ? 라고 물으면서 일어나서 화이트 보드에 왜 Ruby가 하기 싫은가? 라고 크게 적었다. 그러고는 앞에서 나온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적으면서 읽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Ruby가 하기 싫은 이유에 대해서 추가적인 의견들을 더 받았다. 그 과정에서 팀장님이 설명을 하시길래 일단 지금은 의견들을 다 들어보고, 판단이나 설명은 조금 뒤에 하는게 어떻겠냐고 양해를 구한 뒤 그들의 의견을 계속 들으면서 화이트보드에 필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Renewal을 꼭 해야하느냐 ?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 의견을 잴 위에다가 적었다.

모두에게 더 이상 다른 의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항목을 하나하나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시작했다.

일단 각 항목별로 저것에 대한 결정권자가 누구인가 ? 이 자리에서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는게 저 결과를 번복할 수 있는가를 먼저 파악했다. 가장 위에 적은게 Renewal을 꼭 해야하느냐 였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는 일단 팀장님에게 질문을 했다. 저 결정을 우리가 할 수 있느냐라고. 저건 이미 결정된 일이다. 번복할 수 없다. Renewal은 해야한다. 라고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Renewal은 해야 한답니다. 이건 우리가 의논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도 될까요 ? 라고 양해를 구하고 거기에는 모두 수긍하였다.

그 뒤 항목부터 그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유를 추가로 들은 뒤 팀장님과 나는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일단 주제를 한 가지로 딱 정해놓고 거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니 소모적으로 이야기를 반복하는 일이 훨씬 적었다. 그래서 각 항목별로 그들에게 충분히 답변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짧게 화이트보드에 적고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고를 반복하여 화이트보드에 적힌 모든 항목에 대해서 설명을 끝냈다.

그제서야 그들도 더이상 언짢은 듯한 표정에서 벗어났다. Ruby가 하기 싫은건 아니다 라면서 그들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더 들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포인트에 대해서 팀장님과 내가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라는 것도 약속했다.

회고

처음에는 계속 같은 불만이 반복되면서 대화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지만, 단지 그들의 의견에 대해서 화이트 보드에 적고, 그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차례대로 설명한 것이 전부였는데도, 더 이상 같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하는 일은 없었으며, 그들도 서서히 본인들의 의견을 우리가 잘 듣고 있구나라고 느꼈는지 좀 더 편해 보였으며, 그들이 한 오해에 대해서도 풀린듯하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라면 어떠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러한 논쟁 자체가 소모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럴 경우에는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의견도 존중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도록 하는게 최우선이어야 하겠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원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 하는게 유의미하다라는걸 깨닳았다.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앞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서 그들이 충분히 납득이 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 되기 전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결국 다시 되돌아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럴 경우 공유 메모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화이트보드라던지 기타 모두가 볼 수 있는 어딘가에 해당 주제에 대해서 적어두고, 모든 구성원들이 그 주제에 대해서 더 이상 의견이 없을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및 광고 클릭을 부탁드립니다 :)